[SHOT!] 흑백의 기억을 깨우는 AI, 독립운동가들의 새로운 부활
AI, 독립운동가의 흑백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다
일제의 죄수복 대신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유관순 열사가 계곡의 바위에 앉아 정면을 바라본다. 수박을 한 입 베어 물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1941년 촬영된 윤동주 시인의 연희전문학교 졸업사진이 불현듯 컬러로 바뀌며 시점도 정면에서 옆모습으로 바뀐다. 그가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 뒤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한다. 한쪽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오래된 흑백사진 속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고, 생생한 움직임까지 추가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다.
민간에서 시작된 AI 복원, 그 따뜻한 울림
구독자 약 4만6천명의 유튜버 'Ai 기억복원소'(@기억복원소)는 독립운동가의 AI 복원 영상을 활발히 게시하는 유튜버 중 하나다. 그가 지난 4월 13일 올린 'Ai 복원의 끝, 유관순 열사가 뛰어나오다'는 수형 카드 속 유관순 열사가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구현했다. 이 영상은 약 52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지난 6월 18일 게시돼 조회수 50만여회를 기록한 'Ai복원 1-5위 한국인들이 사랑한 독립운동가들'에서는 김구·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5인이 서대문형무소에 걸린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독립운동가, 그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유튜브 이용자 'sol*'은 "몇 번이나 되풀이해 봤는지 모른다"며 "후손에게 기를 불어넣듯 환하게 다가오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는 댓글을 달았다. 본인이 51세라고 밝힌 '문'은 "내 자식, 조카보다 어리고 젊었던 수많은 선열들"이라며 "사리사욕보다 구국을 위해 젊음을 불태운 선배님들을 존경한다"고 썼다. Ai 기억복원소를 운영 중인 정성훈 운영자는 지난 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정확하지 않거나 부자연스럽게 복원된 독립운동가의 AI 영상을 보며 '내가 하면 조금 더 자연스럽고 의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AI가 재현하는 숭고한 희생, 그리고 기억
독립운동가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가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AI기억공작소의 옥주협 대표는 서면 인터뷰에서 "AI 기술을 독립운동가에 적용하면 요즘 세대가 그들을 더 가깝게 느끼지 않을까 싶어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독립운동가를 AI로 복원하는 콘텐츠는 수익과 별개로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I,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시 그리다
인스타그램에서 활동 중인 'AI기억공작소'(@memory0factory)는 'Ai 복원, 독립운동가들이 살기 위해 먹었던 음식들'(7월10일)과 'Ai복원, 독립운동가들이 생존을 위해 먹었던 음식'(6월25일)를 게시해 각각 조회수 23만여회와 8천500여회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독립운동가를 콘텐츠로 다시 알리고, AI 기술로 걱정 대신 감동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AI가 선사하는 감동, 그 너머의 의미
독립운동가들이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영상들도 인기다. "정말 저렇게 좋아하셨을 텐데, 눈시울이 붉어진다"('히히락*')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쏠리즘'(@sol__lism)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상상해 AI로 구현한 영상을 여럿 게시했다. 지난달 24일 인스타그램에 게시돼 약 9만회의 조회수와 2천여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독립운동가, 그들의 여름휴가'에서는 계곡에 앉아 웃으며 수박을 베어 무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담겼다.
AI 기술로 부활한 독립운동가, 기억을 넘어선 감동
AI 기술은 잊혀져 가는 독립운동가들의 흑백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어,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잊을 수 없는 업적을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킨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역사의식을 선사하며, 그들의 삶을 더욱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다.
독자들의 궁금증, AI와 독립운동가에 대한 모든 것
Q.AI 기술로 독립운동가 복원, 왜 시작되었을까요?
A.정확하지 않거나 부자연스럽게 복원된 독립운동가의 AI 영상을 보며, 더욱 자연스럽고 의미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Q.AI 복원 기술,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A.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고, 생생한 움직임을 더해 마치 살아있는 듯한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구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들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잊혀져 가는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Q.AI 복원, 긍정적인 면만 있을까요?
A.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역사적 인물의 훼손된 자료를 복원해 보존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정보를 생성하는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필요합니다.